대한민국 헌법에는 대법원과 관련된 주요 규정이 명시되어 있다. 101조, 102조에는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대법원과 각급 법원의 조직은 법률로 정한다고 되어 있으며, 그 법률제정권은 국회에 있다. 헌법 103조에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여기서 '양심에 따라'와 '독립하여'는 어떤 의미인가? 단지 헌법과 법률에 정한 바에 따라 심판한다고 하면 될텐데 왜 '양심에 따라'라는 말이 있는가?
'독립하여'는 법정의 독립도 있지만 재판을 함에 있어 법관에 대한 외압에서 벗어나 법률에 입각하여 심판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외압은 국가 권력이나 강력한 여론, 이익과 친분 등이 모두 포함될 것이다. 하지만 한국 사법역사에서 법관의 독립이 외압에 의해 침해된 경우가 없지 않다.
'양심에 따라'는 판결을 함에 있어 외압이나 여론, 이념, 가치관, 종교, 기호, 성별, 빈부 등의 법률 외적인 조건을 떠나 오직 스스로의 공정한 정의감에 따른다는 것이다. '독립하여'는 외적 조건에서 독립이고, '양심에 따라'는 내부의 정의감에 따른다는 말이다. 판결에 이런 조건을 두는 이유는 법관이 인간으로서 한계를 갖고 잘못된 판결을 할 가능성이 높기에 헌법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법관이 이 두 조건을 어길 경우 헌법을 어기는 것이며, 명백히 탄핵사유가 된다.
문제는 법관이 외압에 굴복한다던지, 양심을 벗어나 판결하는 것을 증명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더구나 비록 삼심제이긴 하지만 법관의 판결은 그 자체로 불가역적이라는데 있다. 한번 판결을 내리면 항소나 상고를 거치지 않는 한 번복될 수 없다. 이러한 불가역적 성격은 항소심, 상고심에서도 적용되어 각각의 판결은 그 자체 불가역적이다. 물론 재심제도가 있지만 매우 제한된 범위 내에서, 명백한 오류가 발견될 경우 새로운 판결이 가능하지만 원래의 판결을 한 법관에게는 어떤 법적 책임도 없다. 이는 검사의 기소에도 적용된다. 잘못된 기소에 대한 법적 책임 또한 없다. 그 이유는 모든 법관과 검사의 행위를 법과 양심에 따른 행위로 간주하기 때문이며, 그 속에서 판단의 오류나 능력의 한계는 논외로 한다.
인간이 인간의 행위를 판단하고 징벌하는 중차대한 판단을 내리는 법관의 직무에서 법의 적용을 양심에 따라 할 수 있는 권한과 그 결과에 대한 관용이 있다는 점은 오히려 법관이 외적 억압에 굴복하여 양심을 벗어나 판결하는 유혹과 그 가능성을 열어두는 역설이 가능하다. 법관의 오류는 삼권분립에 의한 사법부의 독립이나, 또 '양심에 따라' 판결해야한다는 헌법조항을 따른다는 믿음 뒤에 감추어져 있다. 그러나 법관은 인간이며, 인간으로서의 한계가 있고 욕망에 따르는 경향성이 있으며, 무지와 무관심이라는 능력의 부족함도 있다. 이러한 한계와 경향성에 따른 나쁜 판결 역시 불가역적이라는 점이 민주적 사법제도가 갖는 본질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법도 오류가 있을 수 있으며, 법관도 오류가 있을 수 있다. 법의 오류는 개정을 통해 바로잡을 수 있다. 법관의 오류는 결코 그 법관에 의해 바로잡히지 않는다. 얼마전 대선을 한달도 남기지 않는 상황에서 대법원은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에 대해 이례적으로 빠른 판결을 내렸다. 사실 그러한 판결은 선거를 앞두었기 때문에 이례적으로 빨랐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 법관의 헌법적 의무인 '독립하여'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다. 대법원은 대선이라는 외적 조건에서 독립하지 못했다. 그리고 파기환송한 것은 '양심에 따라'라는 헌법적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기존의 판결자료가 7만쪽이라는데 이를 검토했다고 해도, 하지 않았다고 해도 대법관들은 양심을 속인 판결을 내놓은 것이다. 당시 그 판결이 파기환송이거나 무죄확증이거나를 불문하고 둘 다 대선에 영향을 주는 엄정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관례를 벗어나 어느쪽이든 판결을 한 것은 국민의 주권인 선거권에 영향을 주는, 대선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임이 분명하였다. 이는 삼권분립에서 벗어난 행위로 비칠 수 있다. 그리고 그 판결이 파기 환송이면 이재명 후보를 떨어뜨리려는 의도, 무죄확증이면 간접적으로 김문수 후보를 떨어뜨리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합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다. 이러한 의도는 헌법이 규정한 법관의 독립에도, 양심에 따른 판결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즉 반헌법적이다. 사법역사상 처음있는 대법원의 이례적으로 빠른 판결이 그러한 불순한 의도를 증명하고 있다.
헌법에 명시된 법관의 의무인 법률에 따라 '독립해서' '양심에 따라' 판결하라는 구절은 지켜도 되고 지키지 않아도 되는 양심법이 아니라 반드시 지켜야하는 명문법이다. 만일 이를 어길 경우 법관은 우리 사회가 신뢰하고 인정하는 삼권분립이나 사법부의 독립이라는 이상적 방어막 밖으로 나와 청문회든 국정감사든, 탄핵조차도 모두 수용해야할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양심에 따라' 판결했는지는 법관의 양심이 스스로고발하거나 자백할 때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