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정부 공공기관과의 업무점검회의에서 동북아역사재단의 역사인식에 대해 질책했다. '환빠'라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물으며, '환단고기'는 역사서가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은 기존 강단역사학계 입장에서는 환단고기를 중심으로 하는 재야엯하학계의 주장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은 역사인식과 역사평가는 다양한 관점에서 가능하며, 이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시로 이 보고를 일단락지었다.
문제는 그 업무보고 이후 이재명 대통령의 역사인식에 대한 야당의 비판이 이어졌다. 국민의 힘은 이재명 대통령의 허구적 역사인식이 문제가 있다고 논평했으며, 개혁신당은 환단고기가 역사서라면 반지의 재왕도 역사서냐 라며 비아냥 거렸다. 두 야당의 비판은 단지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반대로 비쳐졌다. 시진핑이 바이든 전 미대통령과 회담에서 '한국은 중국의 속국이었고 한국의 역사는 중국의 지방역사이다'라는 주장을 한 바 있는데 이에 대해 당시 보수 정당이나 정치인이 어떤 비판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들에게는 역사 문제 조차도 이념과 진영의 논리의 제물일 뿐인 것이다.
그럼 환단고기는 어떤 책인가? 1980년대 초에 세상에 알려진 환단고기는 그 당시 대중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베스트셀러로 서점가를 평정했다. 대중들은 중국 대륙 전체를 그 영역으로 하는한국의 고대사에 열광했으며, 1만년 이라는 고대사의 장구한 역사에 감동했다. '단군은 신화다'라는 강단 역사학의 결론을 부정하면서 오히려 고조선의 생생한 역사기록이 그 속에 자세히 담겨있었다. 나아가 중국이 그 역사의 주체가 누구인지 몰라 '신비의 문명'이라 부른 기원전 3000년 전의 유물 유적인 홍산문화가 배달국의 역사가 남긴 고대문명이란 사실 역시 환단고기 속에 담겨있다. 비록 근대에 그 실체가 드러났지만 그 역사 서술은 결코 근대에 만들어낸, 만들어 낼 수 없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환단고기가 대중의 열광적인 관심을 받을수록 강단 역사학계는 이를 위기로 받아들였다. 역사학계는 환단고기를 위서로 만들었고, 바드시 위서여야 했다. 왜냐하면 환단고기의 역사는 기존 역사학계의 주장과 전명 배치되기에 그것을 인정하면 역사학계는 역사를 새로 쓰야하기 때문이다. 역사학계의 연구성과와 환단고기는 겱코 양립할 수 없었다. 그 결과는 환단고기가 위서여야 한다는 결론으로 나아갔고, 당시 역사학자들은 환단고기를 위서로 몰아갔다.
사실 우리 역사는 외세의 침략으로 문화재가 파괴되고 사서가 불태워진 결과 고대사를 알 수 있는 흔적들이 대부분 사라졌다. 일본 제국주의는 한국의 수십만권의 역사서를 모조리 강탈하여 일본으로 가져가거나 불태워버렸다. 특히 고대 중국과 일본을 지배한 기록이 담긴 고대사는 결코 남겨두지 않았다. 조선 초기에도 왕명으로 고대사가 기록된 사서를 수거하였다. 단군 조선의 역사를 부정하게 된 것은 그것을 증거할 기록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주장은 매우 설득력 있으며, 사서가 없는 경우 역사를 증명할 방법은 매우 제한적이다. 결국 우리의 고대사는 중국 사서나 일본 사서에 의존하여 만들어지는데, 중국과 일본이 자신들의 역사를 지배하거나 문화를 전수해준 다른 국가의 역사를 사실 그대로 기록하거나 남겨둘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임나일본부, 독도 관련 주장은 모두 동북아 역사전쟁의 수단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역사관련 논쟁은 진보와 보수간의 이념전쟁의 또다른 한 장면으로 비춰지고 있다. 건국전쟁이나 건국절 논쟁, 4.3에 대한 상반된 평가, 일본근대화론, 심지어 독도의 영유권이나 위안부의 존재여부 등에 대한 터무니 없는 주장 등 100여년이 넘지 않은 역사조차 이념에 따라 그 평가와 사실성이 극적으로 갈리고 있다. 이는 단지 진영간의 이념이 국민들의 의식과 역사조차 바꾸어버리는 매우 위험한 상황을 만들고 있다.
과학에 이념이 없듯이 역사적 사실에도 이념이 끼어들면 안된다. 어떤 사서가 위서인지 진서인지는 매우 신중해야하며, 그러한 평가는 반드시 그 사서에 대한 깊은 연구와 서지학적 검토 끝에 나와야 한다. 우리에게 불리하기에 위서라고 해서도 안되고, 우리 고대사의 영광을 말하고 있기에 진서라고 해서도 안된다. 중요한 것은 환단고기가 역사서이며, 그 기록이 우리 고대사를 담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이에 대한 중립적 객관적 접근이 필요하고, 그 내용에 대한 학제간의 연구를 통해 그 역사적 사실을 올바로 평가하려는 자세가 우선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