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피해자들 수배·해직 고통 증언…"지옥 같은 삶이었다"
5·18보상법 개정 앞두고 국회서 피해 사례들 나열

X
5·18보상법 개정을 위한 피해자 증언대회 [민형배 의원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기사발신지=연합뉴스) 김혜인 기자 = 5·18민주화운동 당시 국가폭력 피해자들이 수배·해직·학사징계 등 다양한 피해 사례를 증언했다.

5·18 제8차 보상신청자 전국 대표자모임은 13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5·18보상법 개정을 위한 국가폭력 피해자 증언대회'를 개최했다.

증언대회는 현재 국회에 발의된 5·18민주화운동관련자보상에관한법률 일부개정안에 대한 국회 의결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한 취지에서 열렸다.

증언대회에서는 5·18관련 수배, 학사징계, 해직사건 피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국가폭력에 의한 인권침해 사례가 발표됐다.

이날 발제를 맡은 정경자 전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 조사관은 "유족, 행불자 가족, 구속자 등의 피해자들은 전두환 정권 시절 7년에 걸쳐서 감시, 사찰, 불법연행과 구금의 대상이 됐다"며 "또 피해자들이 5·18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됐다는 이유로 해직되고 학사징계를 받는 등 다수의 사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감시와 사찰로 고통받았던 유가족과 학사징계 피해자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故 박관현 열사의 누나 박행순 씨는 "82년 관현이의 장례식 도중 시신을 탈취당하고 87년 이장 도중 장의차 안에 최루탄을 터뜨려 폐와 호흡기가 망가진 어머니는 두 달 뒤 돌아가셨다"며 "관현이의 수배와 죽음, 그 이후 매장까지 10여년 동안 우리 가족들은 지옥과도 같은 삶을 살아왔다"고 말했다.

5·18 당시 전주 신흥고 학생이었던 김균식 씨는 "전주 시내 고등학생 연합시위를 조직하기 위해 유인물을 배포했다가 경찰에 체포돼 구속됐다. 두 달여 뒤 집행유예로 석방됐지만 학교는 정치참여 활동을 이유로 제적당했다"며 "같은 이유로 학사징계를 당한 이들은 45년 동안 그 어떠한 피해보상도 받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해직 피해자들의 목소리도 나왔다.

원풍모방 노동자였다가 5·18때 해직당한 장남수 씨도 "서울에서 광주항쟁을 돕기 위해 노조원으로서 모금 운동을 주도했다가 경찰에 발각돼 구금됐고 이후 공장에서 쫓겨났다"며 "공단에는 해고자 명단이 돌아 취업도 불가능했고 계엄사의 공포를 경험한 동료들은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졌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5·18보상법 개정 필요성에 대해 발제를 한 이영기 변호사는 "5·18 이후 수배와 학사징계, 해고 등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제약받아온 이들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어긋나는 부당한 차별"이라며 "5·18보상법 입법 취지에 따라 일부 개정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