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괴뢰 한국' 표현 안 쓴다…"적대적 두 국가론 연장선"
지난달 22일 이후 관영매체에 등장 안해…'한국'으로 호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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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6월 북한 전람회 그림 속 '괴뢰국가' 표현 (서울=연합뉴스) 북한이 6·25전쟁 발발 74주년을 맞아 계급교양주제 미술전람회가 지난 24일 평양국제문화회관에서 개막됐다고 조선중앙TV가 25일 보도했다. 이날 전람회에 '대한민국 족속들을 씨도없이 무자비하게!', '괴뢰국가는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이라고 쓰인 미술작품이 전시돼 있다.[조선중앙TV 화면] 2024.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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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발신지=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북한에서 공식 매체에 '괴뢰 한국' 표현을 쓰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31일 복수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년 반 넘게 한국을 지칭할 때 즐겨 쓴 '괴뢰 한국' 용어 사용을 중단하라는 방침을 최근 하달했다.
한 정부 소식통은 "지난달 북한 노동당 상부로부터 괴뢰 한국 표현 금지 지시가 내려간 동향이 있다"고 말했다.
과거 북한은 남측 호칭으로 '남조선'을 쓰고, 비난할 때는 '남조선 괴뢰'로 불렀으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23년 말 남북관계를 '동족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선언한 후 '남조선' 표현이 사라졌다.
대신 '괴뢰 대한민국', '괴뢰 한국'이 빈번하게 쓰이고 '한국', '대한민국'도 혼용됐다.
그러나 지난달 22일 강원도에서 발생한 공군 전투기의 부품 낙하 사고 소식을 전하는 노동신문·중앙방송 기사를 끝으로 북한 관영 매체에서 한 달 넘게 '괴뢰 한국' 표현을 찾아볼 수 없다.
최근 북한 매체에 실린 외무성 미국연구소 비망록(27일), 국방성 정책실장 담화(25일), 조선인권연구협회 대변인 담화(23일), 군사논평원·국제안보문제평론가 기고(3·17일)에서는 모두 '한국'으로 호칭했다.
김정은 위원장도 지난달 25일 구축함 '최현호' 진수식 연설에서 '한국', '한국군' 등의 표현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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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한국전 득점 장면 공개 (서울=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달 30일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8강전 한국과 북한의 경기에서 있었던 북한의 득점 장면과 선수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2일 보도했다. 매체는 "경기는 우리나라 팀이 괴뢰팀을 4:1이라는 압도적인 점수 차이로 타승한 가운데 끝났다"고 전했다.[조선중앙TV 화면] 2023.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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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뢰(傀儡)는 꼭두각시놀음에 나오는 인형을 뜻하는 한자어다.
북한의 조선말 사전에는 '제국주의를 비롯한 외래침략자들에게 예속되어 그 앞잡이 노릇을 하면서 조국과 인민을 팔아먹는 민족 반역자 또는 그런 자들의 정치적 집단'이라는 풀이가 가장 먼저 나온다.
한국이 미국의 꼭두각시라는 취지에서 '괴뢰 한국'이라는 표현을 써 왔는데, '민족 반역자'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사용을 꺼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굳히려는 의도의 연장선이라는 의미다.
대북 소식통은 "괴뢰라는 표현 자체가 민족 또는 동족 관계를 자연스럽게 연상시키는 용어"라며 "괴뢰한국 사용 중단은 주민들에게 남북이 한 민족이라는 인식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또한 남측을 특수하게 취급하거나 신경 쓰지 않겠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추측된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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