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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 만드는 이재명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을 마치고 잔디광장에 모인 시민들을 향해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오른쪽은 김혜경 여사. 2025.6.4 [국회사진기자단] photo@yna.co.kr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대한민국 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그것도 49.42%의 최종 득표율로 당선됐다. 득표수로는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개표가 100% 완료된 결과, 이 대통령은 49.42%,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8.34%를 각각 기록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0.98%, 무소속 송진호 후보는 0.10%였다.
향후 5년 동안 국정을 책임지게 될 대한민국 21대 대통령 이재명...그는 누구인가?
■ “덤비는 성질”… 불복의 소년, 맞고도 눈길 내리깔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1963년(호적상 1964년) 경북 안동시 예안면 도촌리의 화전민 마을에서 태어났다. 7남매 중 다섯째였다. 어린 시절엔 학교 준비물조차 챙기기 어려울 정도로 궁핍했다. 아버지가 집을 떠난 3년 동안은 어머니가 고된 노동으로 가정을 지탱했다. 초등학교 성적표에는 ‘의욕이 있으나 덤비는 성질’이라는 평이 적혀 있었다. 실제로도 그는 교사의 부당한 체벌 27대를 맞고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고 한다.
초등학교 졸업 후, 이 대통령은 경기도 성남으로 이사한 가족과 함께 살며 6년간 공장 노동에 매달렸다. 고무부품, 냉장고, 시계공장 등에서 일당을 받으며 생계를 이어갔다. 한때는 나이를 속이고 공장에 들어가 선배들과 친구를 맺었다가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동료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맞아도 잘못했다는 말을 하지 않는 독종이었다".
■ ‘죽음’의 문턱 두 번 넘은 청년… 3배 월급 장학생으로 중앙대 입학
이 대통령은 공장에서 일하며 고입 검정고시에 단숨에 합격했고, 이후 대입 검정고시도 통과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학원에도 다니지 못한 채 독학으로 공부를 이어갔다. 프레스기에 손목이 눌려 장애 판정을 받으며 병역을 면제받았고, 극심한 절망 끝에 연탄불과 수면제로 자살을 시도했지만, 살아남았다. 이후 약사의 기지로 수면제가 아닌 소화제를 먹은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
1981년 중앙대학교 법대에 생활비 포함 전액 장학생으로 입학하며 그의 인생은 전환점을 맞았다. 당시 장학금은 공장 월급의 세 배에 달했다. “내는 인자 죽어도 한이 없대이”라는 어머니의 말은 가난을 함께 견뎌온 가족의 감격을 대변했다.
■ 사법연수원에서 '정기승 대법원장 반대 성명' 주도… 기득권에 대한 반감 깊어
1986년 사법시험에 최종 합격한 그는 아버지의 병상에 합격 소식을 전하며 눈물의 화해를 이뤘다. 사법연수원에서는 학연과 지연 중심의 분위기에 실망하며 비공식 지하서클 활동에 참여했고, 1988년 정기승 대법원장 임명 반대 성명의 초안을 작성하며 정치적 소신을 드러냈다. 동기들은 "부자나 기득권층에 대한 반감이 뚜렷했고, 사람을 단칼에 평가하는 성향이 있었다"고 기억했다.
연수원 성적은 중상위권이었지만 판검사 대신 성남에 변호사 사무실을 열고 인권변호사 조영래의 길을 따랐다. 성남공단 노동자, 외국인 노동자, 대학생 시국사건 피고인을 무료로 변호했고, 이천노동상담소에서 정기적으로 상담활동도 펼쳤다.
■ 10년 일기장으로 청혼… 만난 지 일주일 만에 “결혼합시다”
개인사도 화제가 됐다. 같은 교회에 다니던 셋째 형수와 김혜경 씨의 어머니가 주선해 만난 두 사람은 단 일주일 만에 이 대통령의 청혼을 받았다. 답이 없자 그는 소년공 시절부터 써온 10년치 일기장을 건넸고, 결국 결혼에 골인했다. 슬하에는 두 아들이 있다. 장남은 오는 6월 결혼을 앞두고 있으며, 차남도 직장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 이재명, 신념과 반골정신 사이
이 대통령의 삶은 곧 ‘불복과 돌파’의 연속이었다. 소년공에서 법조인이 되기까지의 여정은 단순한 입신양명 서사를 넘어선다. 그는 끊임없이 체제와 권위에 질문을 던졌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싸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의 거침없는 성격과 비타협적 자세는 지지자들에게는 신뢰의 근거가, 반대자들에게는 경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은 이 대통령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재명의 삶은 한국 현대사 속에서 드물게 확인되는 ‘하층민 출신 정치인’의 전형적인 역정이며, 그것은 지금도 그의 정치적 방향성을 좌우하고 있다.